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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방법 표현하는 과정 오늘의 생각 정리

빈 페이지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두려움이 들고, 그 후에는 두려움이 설레임으로 바뀐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새겨나갈 때 나만의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또 페이지를 가득 채운 글들을 보면 감정은 충만함으로 바뀌는데 이와 같이 나에게 글쓰기란 두려움에서 시작해서 충만함으로 끝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뇌 속에서만 표류하던 덩어리들을 글이라는 수단으로 풀어내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되었다. 머릿 속에 있는 것들을 항상 눈으로 마주하고 싶은 것이 내 14번째 욕망이랄까?그리고 눈으로 마주한 내 마음의 소리들은 웅장한 선율처럼 들리기도 하고, 귀를 찢는 소음이 되기도 하고, 잔잔한 울림이 되기도 하고, 우울한 리듬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된다.
글의 깊이, 환경의 중요성
하지만 바로 전 글을 통해 알렸듯이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블로그로 하던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그리고 날 괴롭히던 환경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지난 글에서 블로그 쓰는 일이 나의 사고력을 발달시켰고 더불어 글쓰기 능력까지 향상시켰다는 것을 적어보았다면 이번에는 두번째 이유인 '날 괴롭히던 환경'과 글쓰기의 관계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다.
날 괴롭히던 환경은 내가 내 마음의 끝을 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동안 때때마다 남겼던 글자국들을 돌이켜보니 현재보다 훨씬 깊은 마음의 바다였고, 그 망망대해를 누비며 표현한 고통의 색깔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난 고통 속에서 우울의 리듬만을 남긴 줄만 알았는데, 더불어 그 속에서 아름다운 보물이 생성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분명 유의미한 아픔이었다. 이쯤되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환경이었길래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만하다. 누군가는 비웃을 만큼 아무것도 아닌, 오히려 풍족함이었을지 몰라도 당시 나의 가난한 마음은 그 사실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다른 사실들이 더 크게 느껴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었었기에, 내게 있어서는 그보다 힘든 환경이 없었다.

내가 지내던 공간을 설명해보자면, 천장에는 쥐와 고양이들의 숨막히는 질주가 펼쳐지고 돈벌레와 진드기가 득실대는 곳. 내가 밟고 생활하는 반경 외에 수 많은 영역들은 먼지도 이런 두께로 쌓일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으며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텐트 안에서 생활을 해야했던 곳이었다. 겨울철에는 집 내부 온도가 10도 정도였고 조금 따뜻하다 싶으면 13도 정도. 밖보다 더 추운 느낌이었다. 집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어야했으니 말 다했다. 화장실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우니 씻고 싶지도 않고, 아니 씻는게 두려워지고. 심적으로 다운될 때면 이 모든 환경들이 나를 향한 수억의 가시가 된 것만 같았고 나는 그 안에 갇힌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수면 아래로 점점 더 깊이 빠지는 느낌. 아래로 아래로 가는 느낌이 끔찍했지만 그 깊이에서 눈 떴을 때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그 깊이에서만 들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거칠게 글로 표현해내었다. 그때는 정말 매일같이 글을 적었다. 그렇게 그 깊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당시 적었던 글의 일부 발췌-
22년 2월24일
오늘은 전기가 나간 날이다.
..
공평하지 않은 이 세상 속 이상한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 사람들. 그런 모든 것들에 둘러싸인 채로 다른 환경에서 형성되었다면 달랐을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나'들. 모두 공평한 환경에서 가로 세로 넓이 높이 길이가 같지만 색깔이 다른 환경 속에서 동등한 기회를 받으며 살았을 때 찬란하게 빛이 날 모든 이들의 미소를 떠올려보자. 회색깔 뾰족한 말, 둔탁한 소리가 나는 행동을 내는 사람들이 원래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을지, 사실은 얼마나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을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었을지 우린 모른다.
..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훌륭한 수 많은 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자기 개발에 있어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내 스스로의 발전을 점검해보자면 나는 최근에 저런 생각과 글을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글을 쓰지 않아서? 물론 블로그 쓰기를 중단한 것도 관련이 있겠지만, 그 당시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에 있기 때문도 분명하다. 몸이 편안하니, 이상하게도 내 머릿 속에 떠올랐던 수 많은 모양의 생각들이 단순해졌다. 눈물 흘리며 살기위해 치열하게 적어냈던 생각 덩어리들이 사라진 것 같다. 우린 어쩌면 치열한 환경 속에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을수록 더 깊이 있어지는 것 아닐까?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교적으로 편안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생각도 조금은 단순할까. 이런 면에서는 공평한 세상이라고 해야하나.
+
글을 쓰면서 마무리 할 때 즈음, 다시 한번 더 그 당시 글을 보았다. 이번에는 온갖 부정적인 말들이 가득한 뾰족한 글들을 보았다. 그리고 또 생각이 바뀌었는데 고통 자체가 나의 깊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깊이가 생긴다는 것. 고통 자체는 좋지 않다. 하지만 고통을 견디는 과정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에 유의미했다. 그때의 경험과 기억의 토대로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니까? 모르겠다 더 고민해봐야지 일단 오늘은 피곤하므로 잘 것이다.